일본 네일 업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네일 테크니션부터 교육자, 브랜드 대표, 멘토, 협회장까지
50년을 한결같이 네일업에 매진하고 있는 나카소네 사치코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일본 네일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나카소네 사치코 대표와 한국에서 만났다.

NAKASONE SACHIKO
지난 6월 7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린 2024 네일콘 코리아 박람회장에서 만난 나카소네 사치코 대표는 올해 4월 인터뷰 요청을 위해 일본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트와 함께 시종일관 작은 체구에서 나이를 무색케 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네일인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 네일 케어 무대 시연과 시그너처 브랜드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나카소네 대표에게 물었다.
한국 네일 매체 최초로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네일과 인연을 맺은지 50년이 됐습니다. 처음에 브랜드 인스트럭터로서 업계에 입문했어요. 교육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15년 차에 과감히 독립을 결심했고, 그렇게 NSJ 네일 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네일 교육만 진행해 왔어요. 그리고 1985년에 설립된 일본네일리스트협회(JNA)에서 교육 위원장으로서 교재를 출판하는 등 네일 전문가 육성에 매진했습니다. 2019년에 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다각도로 일본 네일 업계 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네일인으로서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많은 네일 전문가들이 대표님처럼 좋은 멘토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조언이 필요할 때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네일인은 장인 정신도 필요하지만, 네일 업계가 서비스 업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무리 아트 감성이나 기술이 좋아도 인성이 나쁘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 고객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네일인은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마인드를 잘 갖춰야 합니다. 저 역시 고객 관점에서 네일 아티스트를 볼 때 가장 먼저 인성을 봅니다. 챔피언이든 경험이 많든 적든 무엇보다 아티스트로서 존경심이 생기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일본 네일 업계에 대해 알려주세요. 현재 네일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신데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나요?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건 정말 많습니다. 특히 네일 업계는 위생 관념이 더욱 철저해졌어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현상이죠. 그전까지 살롱들이 도구나 고객의 손 소독 정도에 만족했다면, 코로나처럼 전염성이 강한 병이 창궐한 팬데믹 후에는 살롱 환기부터 내부 환경까지 폭넓은 위생 관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실내 환기를 더 철저히 하고 상황에 맞는 소독 장비를 갖추는 등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매출 면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했어요. 이를 통해 좋은 것들도 많이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마음만 먹으면 보던 친구는 물론 단골까지 자주 만날 수 없게 되면서,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달까요? 아, 그리고 팬데믹 시절에 네일 협회 회원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흥미로웠어요. 아마도 모두 격리되어 있던 상황이라 사람이 그리워 소통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협회에서 매 시즌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2024년 F/W 시즌의 네일 트렌드는 어떤 것들인가요?
시즌 트렌드는 협회 내 트렌드 위원회에서 1년 전부터 연구하고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이번 F/W 시즌의 큰 그림에는 리듬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리듬은 단순하게 음악에서의 박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생활 리듬을 의미하죠.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네일 트렌드도 여기에서 기인해 일상과 하나가 되는 리듬을 보여주는 디자인들이 사랑받을 전망입니다.

쉬는 시간에 제자들과 담소 중인 나카소네 대표.
이번 한국 방문 동안 2024 네일프로 컴피티션 아시아-파이널 컵의 리저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주셨습니다.
요즘은 일본도 한국처럼 젤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아크릴 기술 종목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아크릴 사용을 꺼리면서 아크릴 네일을 잘하는 아티스트가 많이 줄었거든요. 이번 대회에서 제가 본 선수가 워낙 출중한 아티스트였을 수 있지만, 아크릴로 조형한 네일이 너무 예뻐서 감명받았습니다. 아크릴 네일은 집을 지을 때 토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집을 능숙하게 지을 줄 알면 다른 것들도 쉽게 응용하고 지을 수 있죠. 마찬가지로 아크릴을 잘 다루는 아티스트는 젤 아트를 해도 금방 습득할 수 있습니다. 아크릴은 네일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어떤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항상 현재가 아니라 10년 후 또는 100년 후 네일 업계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의 모든 것이 짧은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 일례로 일본에서 네일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10년 전에는 없어도 되는 직업, 그리고 10년 후 없어질 직업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없어지지 않았죠. 왜일까요? 그때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10년 후 그리고 제가 세상에 없을 100년 뒤 네일 업계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목표는 바로 눈앞이 아니라 더 멀리 있습니다. 아무도 없었을 때 네일 업계를 확장하고 이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의 자식이든 손자든 누군가가 미래에 네일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해서, 업계에 작은 일이라도 이바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저처럼 여러분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내 직업을 물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나카소네 대표는 대한민국 국회가 수여하는 네일 공로상을 수상했다. 나카소네 대표와 네일콘 코리아 박세은 공동조직위원장.
장장 50년입니다. 일본 네일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시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업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했어요. 1975년에 광고 촬영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갔다가 롱비치에서 네일 살롱을 처음 접했습니다. 어릴 때 검지 손톱을 다쳐서 손톱이 똑바로 성장하지 않았던 저는 그길로 살롱을 방문해 손톱 연장을 받았어요. 원래 손톱으로는 얇은 종이를 잡는 것도 어려웠는데, 관리 후에는 정말 쉽게 잡을 수 있었죠. 손톱도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손끝이 얼마나 소중한 부분이고, 보수된 손톱을 이용해 아주 작은 것들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네일 테크니션이 정말 훌륭한 직업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후로 네일계에 쭉 몸담고 있습니다.
한국 네일과 일본 네일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10년 전에는 한국 네일이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테크닉 차이는 한국 살롱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어려운 질문이네요. 대신 일본 네일 시스템을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일본은 관리 전 카운셀링 등 고객과의 사전 상담이 많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고객의 세세한 요청에도 시간을 투자합니다. 또, 일본 네일 아티스트는 신경이 예민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일본인 고객은 일반적으로 결과물에 대해 좋다 싫다 표현을 잘하지 않아서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전에는 기본 케어보다 아트, 연장 등 긴 손톱이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썼었죠. 요즘처럼 기본 케어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냈던 것 같아요. 네일 아티스트들이 본인의 손톱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기본기 부분) 기본 케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무대에 올라 네일의 기본 케어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나카소네 니퍼라는 시그너처 큐티클 니퍼 브랜드를 전개하고 계시죠. 큐티클 니퍼가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를 만드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손톱이 새로 자랄 때 어떤 상태로 성장하는지 알고 싶다면 세포학을 배우면 됩니다. 생각보다 복잡하죠. 처음 브랜드를 만들 당시 이 내용을 토대로 큐티클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이에 맞는 큐티클 니퍼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았어요. 전부 미국에서 온 제품들이었죠. 일본의 네일 케어는 일본 고유의 방식으로 진행해 왔어요. 미국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보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죠. 그래서 일본 방식에 맞는 큐티클 니퍼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나카소네 대표의 시연을 보기 위해 많은 참관객들이 모였다.
한국은 요즘 MZ 세대에 기반을 둔 모든 것이 큰 화두입니다. 물론 네일 업계도 그렇습니다. 일본 네일 업계도 영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일 업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제품의 세대교체를 예로 들자면, 젤이나 아크릴 같은 기본적인 재료는 바뀌지 않지만, 아트 제품은 제가 현장에 있을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아주 많아요. 미러 파우더, 다양한 효과를 연출하는 글리터가 함유된 컬러들, 압화 글리터 등 예전에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야 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완제품으로 네일 아티스트들에게 제공되고 있죠. 그래서 이제 연구하고 고민하는 역할은 브랜드 몫이 됐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자격증 시험을 심사할 때 아크릴로 3D 네일을 만드는 종목이 있었어요. 근데 어떤 친구가 레드 컬러를 가지고 오지 않아 당황하고 있었죠. 그래서 볼에 바르는 블러셔 파우더가 혹시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만약 가지고 있다면 화이트 아크릴 컬러 파우더와 블러셔를 섞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피그먼트는 같은 것이었거든요. 그 친구가 레드 파우더를 완성하고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냐고 저에게 물었죠. 지금처럼 완제품이 없었을 시절 저는 그렇게 컬러 파우더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제품이 빠진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답니다. 치과에서 레진이나 파우더를 얻어서 화장품을 섞는 것처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죠. 이런 얘기들이 확실히 세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2024 네일콘 코리아 행사장에서 브랜드 팀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나카소네 대표.
올해로 네일홀릭이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축하 메시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요즘 일본은 네일 전문 매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네일홀릭은 15년간 꿋꿋이 매체를 유지하고, 발행해왔다는 점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네일 매체는 기본적으로는 살롱 고객들이 음식 메뉴처럼 네일 디자인을 쉽게 접하면서 친숙해지고, 잡지에 실린 아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네일 종사자들 역시 교제 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적이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기에 네일의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은 콘텐츠, 그리고 전문가들 역시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현재 트렌드와 업계 관련 소식 등을 발 빠르게 전달해주는 알찬 매체로서 롱런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Issue NO.178
Editor 박세 Photo 김정선 네일콘 코리아 조직위원회 Interpreter Matsuura Megumi
{NAILHOLIC} 내 모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사용으로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일본 네일 업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네일 테크니션부터 교육자, 브랜드 대표, 멘토, 협회장까지
50년을 한결같이 네일업에 매진하고 있는 나카소네 사치코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일본 네일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나카소네 사치코 대표와 한국에서 만났다.
NAKASONE SACHIKO
지난 6월 7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린 2024 네일콘 코리아 박람회장에서 만난 나카소네 사치코 대표는 올해 4월 인터뷰 요청을 위해 일본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트와 함께 시종일관 작은 체구에서 나이를 무색케 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네일인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 네일 케어 무대 시연과 시그너처 브랜드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나카소네 대표에게 물었다.
한국 네일 매체 최초로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네일과 인연을 맺은지 50년이 됐습니다. 처음에 브랜드 인스트럭터로서 업계에 입문했어요. 교육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15년 차에 과감히 독립을 결심했고, 그렇게 NSJ 네일 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네일 교육만 진행해 왔어요. 그리고 1985년에 설립된 일본네일리스트협회(JNA)에서 교육 위원장으로서 교재를 출판하는 등 네일 전문가 육성에 매진했습니다. 2019년에 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다각도로 일본 네일 업계 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네일인으로서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많은 네일 전문가들이 대표님처럼 좋은 멘토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조언이 필요할 때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네일인은 장인 정신도 필요하지만, 네일 업계가 서비스 업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무리 아트 감성이나 기술이 좋아도 인성이 나쁘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 고객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네일인은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마인드를 잘 갖춰야 합니다. 저 역시 고객 관점에서 네일 아티스트를 볼 때 가장 먼저 인성을 봅니다. 챔피언이든 경험이 많든 적든 무엇보다 아티스트로서 존경심이 생기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일본 네일 업계에 대해 알려주세요. 현재 네일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신데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나요?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건 정말 많습니다. 특히 네일 업계는 위생 관념이 더욱 철저해졌어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현상이죠. 그전까지 살롱들이 도구나 고객의 손 소독 정도에 만족했다면, 코로나처럼 전염성이 강한 병이 창궐한 팬데믹 후에는 살롱 환기부터 내부 환경까지 폭넓은 위생 관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실내 환기를 더 철저히 하고 상황에 맞는 소독 장비를 갖추는 등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매출 면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했어요. 이를 통해 좋은 것들도 많이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마음만 먹으면 보던 친구는 물론 단골까지 자주 만날 수 없게 되면서,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달까요? 아, 그리고 팬데믹 시절에 네일 협회 회원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흥미로웠어요. 아마도 모두 격리되어 있던 상황이라 사람이 그리워 소통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협회에서 매 시즌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2024년 F/W 시즌의 네일 트렌드는 어떤 것들인가요?
시즌 트렌드는 협회 내 트렌드 위원회에서 1년 전부터 연구하고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이번 F/W 시즌의 큰 그림에는 리듬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리듬은 단순하게 음악에서의 박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생활 리듬을 의미하죠.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네일 트렌드도 여기에서 기인해 일상과 하나가 되는 리듬을 보여주는 디자인들이 사랑받을 전망입니다.
쉬는 시간에 제자들과 담소 중인 나카소네 대표.
이번 한국 방문 동안 2024 네일프로 컴피티션 아시아-파이널 컵의 리저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주셨습니다.
요즘은 일본도 한국처럼 젤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아크릴 기술 종목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아크릴 사용을 꺼리면서 아크릴 네일을 잘하는 아티스트가 많이 줄었거든요. 이번 대회에서 제가 본 선수가 워낙 출중한 아티스트였을 수 있지만, 아크릴로 조형한 네일이 너무 예뻐서 감명받았습니다. 아크릴 네일은 집을 지을 때 토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집을 능숙하게 지을 줄 알면 다른 것들도 쉽게 응용하고 지을 수 있죠. 마찬가지로 아크릴을 잘 다루는 아티스트는 젤 아트를 해도 금방 습득할 수 있습니다. 아크릴은 네일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어떤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항상 현재가 아니라 10년 후 또는 100년 후 네일 업계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의 모든 것이 짧은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 일례로 일본에서 네일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10년 전에는 없어도 되는 직업, 그리고 10년 후 없어질 직업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없어지지 않았죠. 왜일까요? 그때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10년 후 그리고 제가 세상에 없을 100년 뒤 네일 업계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목표는 바로 눈앞이 아니라 더 멀리 있습니다. 아무도 없었을 때 네일 업계를 확장하고 이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의 자식이든 손자든 누군가가 미래에 네일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해서, 업계에 작은 일이라도 이바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저처럼 여러분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내 직업을 물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나카소네 대표는 대한민국 국회가 수여하는 네일 공로상을 수상했다. 나카소네 대표와 네일콘 코리아 박세은 공동조직위원장.
장장 50년입니다. 일본 네일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시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업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했어요. 1975년에 광고 촬영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갔다가 롱비치에서 네일 살롱을 처음 접했습니다. 어릴 때 검지 손톱을 다쳐서 손톱이 똑바로 성장하지 않았던 저는 그길로 살롱을 방문해 손톱 연장을 받았어요. 원래 손톱으로는 얇은 종이를 잡는 것도 어려웠는데, 관리 후에는 정말 쉽게 잡을 수 있었죠. 손톱도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손끝이 얼마나 소중한 부분이고, 보수된 손톱을 이용해 아주 작은 것들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네일 테크니션이 정말 훌륭한 직업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후로 네일계에 쭉 몸담고 있습니다.
한국 네일과 일본 네일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10년 전에는 한국 네일이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테크닉 차이는 한국 살롱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어려운 질문이네요. 대신 일본 네일 시스템을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일본은 관리 전 카운셀링 등 고객과의 사전 상담이 많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고객의 세세한 요청에도 시간을 투자합니다. 또, 일본 네일 아티스트는 신경이 예민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일본인 고객은 일반적으로 결과물에 대해 좋다 싫다 표현을 잘하지 않아서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전에는 기본 케어보다 아트, 연장 등 긴 손톱이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썼었죠. 요즘처럼 기본 케어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냈던 것 같아요. 네일 아티스트들이 본인의 손톱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기본기 부분) 기본 케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무대에 올라 네일의 기본 케어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나카소네 니퍼라는 시그너처 큐티클 니퍼 브랜드를 전개하고 계시죠. 큐티클 니퍼가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를 만드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손톱이 새로 자랄 때 어떤 상태로 성장하는지 알고 싶다면 세포학을 배우면 됩니다. 생각보다 복잡하죠. 처음 브랜드를 만들 당시 이 내용을 토대로 큐티클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이에 맞는 큐티클 니퍼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았어요. 전부 미국에서 온 제품들이었죠. 일본의 네일 케어는 일본 고유의 방식으로 진행해 왔어요. 미국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보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죠. 그래서 일본 방식에 맞는 큐티클 니퍼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나카소네 대표의 시연을 보기 위해 많은 참관객들이 모였다.
한국은 요즘 MZ 세대에 기반을 둔 모든 것이 큰 화두입니다. 물론 네일 업계도 그렇습니다. 일본 네일 업계도 영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일 업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제품의 세대교체를 예로 들자면, 젤이나 아크릴 같은 기본적인 재료는 바뀌지 않지만, 아트 제품은 제가 현장에 있을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아주 많아요. 미러 파우더, 다양한 효과를 연출하는 글리터가 함유된 컬러들, 압화 글리터 등 예전에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야 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완제품으로 네일 아티스트들에게 제공되고 있죠. 그래서 이제 연구하고 고민하는 역할은 브랜드 몫이 됐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자격증 시험을 심사할 때 아크릴로 3D 네일을 만드는 종목이 있었어요. 근데 어떤 친구가 레드 컬러를 가지고 오지 않아 당황하고 있었죠. 그래서 볼에 바르는 블러셔 파우더가 혹시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만약 가지고 있다면 화이트 아크릴 컬러 파우더와 블러셔를 섞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피그먼트는 같은 것이었거든요. 그 친구가 레드 파우더를 완성하고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냐고 저에게 물었죠. 지금처럼 완제품이 없었을 시절 저는 그렇게 컬러 파우더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제품이 빠진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답니다. 치과에서 레진이나 파우더를 얻어서 화장품을 섞는 것처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죠. 이런 얘기들이 확실히 세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2024 네일콘 코리아 행사장에서 브랜드 팀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나카소네 대표.
올해로 네일홀릭이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축하 메시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요즘 일본은 네일 전문 매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네일홀릭은 15년간 꿋꿋이 매체를 유지하고, 발행해왔다는 점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네일 매체는 기본적으로는 살롱 고객들이 음식 메뉴처럼 네일 디자인을 쉽게 접하면서 친숙해지고, 잡지에 실린 아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네일 종사자들 역시 교제 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적이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기에 네일의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은 콘텐츠, 그리고 전문가들 역시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현재 트렌드와 업계 관련 소식 등을 발 빠르게 전달해주는 알찬 매체로서 롱런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Issue NO.178
Editor 박세 Photo 김정선 네일콘 코리아 조직위원회 Interpreter Matsuura Megumi
{NAILHOLIC} 내 모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사용으로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