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3人3色

2019-01-05

국내 인기 네일 브랜드 반디, 아이스젤, 엔퓨오의
여성 리더 3인을 만났다.


왼쪽부터
(주)씨앤아이재팬 권랑경 대표, 위미인터내셔날(주) 배선미 대표, 엔퓨오네일크리에이션 오현정 대표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네일 시장을 개척해 온 3명의 여성 네일 브랜드 창시자, 반디 배선미 대표와 아이스젤 권량경 대표, 엔퓨오 오현정 대표를 만났다. 국내 네일 산업 선두에 있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와 네일 산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NAILHOLIC 경쟁사 리더들과 쉽게 마음을 터놓기 힘들 것 같은데 세 분은 어떻게 친분을 쌓게 됐나요? 

· 배선미 대표(이하 BAE) 네일 업계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은 브랜드들이다 보니 박람회나 전시회를 통해 자주 마주쳤어요. 경쟁사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서 대화가 잘 통해 친해지게 됐어요.  

· 오현정 대표(이하 OH) 네일 외 저희 셋의 공통점이 있다면 술을 못한다는 거예요.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술을 전혀 못 마시는 저희는 술 대신 밥 모임을 가지며 편하게 이야기하고 고민도 나눠요. 

· 권량경 대표(KWON) 각자 브랜드가 추구하는 색이 다르다 보니 경쟁사라는 마인드보단 같은 분야를 이끌어가는 동지라는 생각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NAILHOLIC 어떤 계기로 네일을 시작하셨나요?

· OH 원래 미술을 전공했는데 미술 산업이 포화 상태라 미술과 연관된 새로운 산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네일 시장은 워낙 작은 산업이었기에 제 재능과 비전을 갖고 도전해야겠단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 BAE 저 같은 경우는 뷰티 브랜드의 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시절, 프로페셔널 네일 시장을 조사하던 중 네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당시 국내 네일 업계는 수입 브랜드가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죠. 그래서 ‘국내 네일 브랜드를 출시해 프로페셔널 네일 시장에 내놓아도 승산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 일을 통해 네일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 KWON 27년 전 우연한 기회에 네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인의 소개로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았고 1~2시간 간단하게 기술을 익혀서 하게 된 일이 네일아트였어요. 네일아트라는 단어가 생소할 정도로 황무지였던 시절이었는데 꽤 어린 나이에 뛰어들었죠. 네일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도 많았는데 젊음과 끈기 하나로 버텨낼 수 있었어요.


NAILHOLIC 불모지 같은 국내 네일 시장을 개척할 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 BAE 대부분의 네일 제품이 수입 브랜드가 주를 이룰 때였기에 한국 네일 브랜드 런칭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수입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려 마케팅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 반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친환경과 웰빙, 에코를 컨셉으로 만든 네일 브랜드에요. 때문에 유해 성분을 배제한 제품을 만들기까지 많은 연구와 실패를 거듭하는 어려움도 따랐죠. 까다롭게 연구한 친환경 네일 제품이었기에 마케팅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아요. 

· KWON 물론 초창기에는 시련이 많았어요. 네일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여성이라는 타이틀로 사업을 하려니 사회적인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죠. ‘여자가 뭘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으로 다가왔고요. 특히 제조 공장을 가거나 남성 대표들과의 미팅 또는 회의 때 그런 분위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내 자신을 바꾸기 시작했죠. 현장에서 옷차림은 중성적으로 하고 대화법도 좀 더 전문적인 포스를 보여줄 수 있는 비즈니스 화법을 사용했어요. 그 변화로 차츰 업계 전문가들과 당당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이 있어 지금의 단단한 내가 될 수 있었고, 변화하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OH 사실 저도 수입 브랜드로 시작을 했었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 수입 브랜드는 누군가 키워놓으면 더 큰 기업이 뺏어가는 게 반복되더라고요. 더 이상 악순환을 겪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게 됐어요. 누군가가 다져놓은 포장이 잘 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닌, 길을 닦으면서 가는 상황이라 좋은 일들보단 나쁜 일들을 많이 겪어야 했죠. 그래도 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시작하는 것이 최초가 되고 첫걸음이 된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최초의 네일 브랜드가 되는 등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보람과 희열을 느꼈어요. 신대륙을 발견해 깃발을 꽂은 느낌이랄까?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탐험지에 깃발을 꽂는 느낌,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의 개척자가 되어 최초의 영향력을 주는 그런 짜릿한 기분들이 보람되어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는 욕심을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NAILHOLIC 경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 OH 내 영혼이나 마인드가 깃들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아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카피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요. 엔퓨오에서 탄생한 제품들은 내 모든 것이 깃든 작품이라 생각하고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많은 사람들이 엔퓨오를 사랑해줬다고 생각해요.  

· KWON 제품을 기획할 때 테크니션 입장에서 꼭 필요하고 다루기 편한 것, 합리적인 가격을 먼저 생각해요. 제가 사용자가 되어 이 제품을 사용할 때 불편한 점이 없는지, 시장에 내놓았을 때 필요로 하는 제품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데 이 부분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 같아요. 

· BAE 반디라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제가 가진 경영 철학 중 하나가 반드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 런칭 당시 수입 브랜드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고 아무리 뭔가를 시도하려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살롱주가 제일 필요로 하는 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쳐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적중했죠. 고객들이 저희 브랜드를 찾으니 자연스럽게 살롱주들이 반디를 찾게 됐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브랜드를 잘 만들어놓으니 해외에서도 찾게 됐고요. 진정성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제품을 개발하거나 시장에 내놓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백 년 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마인드로 임해요. 백년 기업이 되려면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진정성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과의 약속이란 신념을 가지고 브랜드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NAILHOLIC 나만의 경영일기가 있나요? 

· BAE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마케터 출신이라 그런지 분석하고 메모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얼마 전 예전에 기록해놓은 사업 계획을 봤는데 계획했던 대로 잘 이뤄가고 있더라고요. 계획을 세우고 리뷰하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짜는 메모를 10년 동안 꾸준히 해왔는데 그것이 경영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퇴근 후, 메모를 보면서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을 체크하는데 요즘엔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돌아오면 SNS를 검색하고 제품도 구매해보며 공부하고 있어요. 

· OH 저도 배 대표님처럼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많이 해요. 하고 싶은 것, 개발해야 하는 아이템이나 색상, 테마 등을 기록해놓죠. 자다가도 문득 디자인이 떠오를 땐 바로 일어나서 노트에 스케치해두고요. 엔퓨오 보틀 디자인도 잠결에 나온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에요. 2000년도에 사업을 시작 했는데 보틀은 2006년도에 나왔거든요. 수많은 전시회를 참관하고 스케치를 해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어느 날 새벽 문득 잠에서 깼는데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고요. 바로 스케치하고 생산에 들어갔죠. 경영일기는 아니지만, 저만의 아이디어 노트가 있어요. 

· KWON 경영일기는 없는데 하루를 잘 지내기 위한 저만의 의식 같은 게 있어요. 아침에 거울을 보고 주문을 외우는 거예요. ‘잘할 수 있다. 꼭 한다. 될 수 있다!’ 라고요. 구호처럼 외치고 나면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요.


NAILHOLIC 요즘 네일 시장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 리더들의 견해가 듣고 싶어요.  

· BAE 산업에 들어오려면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해요. 시장에 대한 유통 질서와 비즈니스를 꾸준히 이끌어가려는 마인드가 필요한데 지금은 너무 쉽게 제품을 만들려고 하고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면 가격을 내려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요. 그렇게 쉽게 만들어져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브랜드가 과연 10년 아니 가깝게는 5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봐요. 쉽게 시장에 들어왔더라도 노력과 투자로 다져져 계속 브랜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업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 KWON 마찬가지에요. 많은 사람들이 네일 시장을 쉽게 보지만 저는 가장 어려운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일은 가장 작은 산업이에요. 하지만 네일과 관련된 많은 아이템을 다 전개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죠.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유지하는 거예요. 일본의 경우 함부로 네일 상품을 만들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신규 브랜드를 절대 믿어주지 않거든요.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합니다. 소비자가 중견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갖고 지지하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판별할 수 있는 구매 의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오래된 브랜드들은 철학을 지키며 시장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 OH 소비자가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원하고 브랜드는 철학이나 아이덴티티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인 것 같아요.


NAILHOLIC 2019년 한국 네일 업계 전망은 어떤가요?

· OH 수입 브랜드 의존이 많이 줄었지만, 국내 경기는 많이 힘들어지고 있죠. 경쟁 업체가 많아지고 소비자의 니즈가 까다로워지면서 제품 하나에 집중하는 것보다 제품과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려울수록 기업의 마인드와 철학을 확고히 하고 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제품력을 인정받으면 기업이 더욱더 튼실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KWON 경기 침체를 더욱 살벌하게 느끼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저 또한 한국 네일 시장의 냉동고 같은 상황을 여실히 느끼고 있고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웠던 IMF 때 오히려 수익이 있었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휩쓸리지 않고 정도를 걸어서였어요. 내 것을 지키면서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죠. 남을 따라하지 않고 특색 있는 제품을 많이 개발한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이 있을 거라 믿어요. 더불어 네일 시장에서 업체들이 꼭 지켜야 하는 부분들을 엄수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겐 제도적으로도 제재를 가해야만 산업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 BAE 전반적으로 모든 산업이 어려운 해죠.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브랜드는 살아남기 힘들 거라고 봅니다. 대기업들도 재투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거라고 예상되고요. 브랜드 경쟁력과 세밀한 계획이 있지 않으면 많이 힘들어질 거예요. 산업이 침체될 땐 한 브랜드의 힘이 아닌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내 네일 시장의 역사가 2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계자의 노력으로 이만큼의 성장을 이뤄냈죠. 산업을 함께 키워나가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브랜드에 대한 이익도 중요하지만, 함께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려울수록 길은 있기에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 방법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않을까 싶어요.





2019년 1월호

에디터 김현자 사진 조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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