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이야기

2021-08-04

픽션과 논픽션 사이 그 어디쯤. 



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장편소설

샘 J. 밀러 지음 |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미국 SF 작가 샘 J. 밀러는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가로,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중 한 명이다. 주인공 맷은 평소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맷의 초능력은 특이하게도 굶주려야만 발현이 된다. 이 소설은 청소년의 동성애와 거식증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진지함과 유쾌함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작가의 10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해 솔직하고 생생하다. 맷의 이야기는 때론 읽는 것이 힘들어질 만큼 괴롭기도 하지만, 독자는 어느새 맷에게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맷에게 보내는 응원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응원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행복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되는 작가 정유정의 이 소설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이 소설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불편한데도 자꾸 끌리는 이상한 편의점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쾌한 웃음과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삶은 관계이자 소통이며,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한결같은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될 것이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천선란 장편소설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그들은 모두 혼자였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혼자였다. 외로움에 온몸이 잠식되어 무감하게 살아가는 수연. 머나먼 타국으로 입양돼 고독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완다. 단 한 번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보지 못한 ‘착한 딸’ 난주. 어느 날 문득, 그 존재가 그들의 눈앞에 운명처럼 나타난다. 외로운 사람의 피를 알아보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뱀파이어. 소름 끼치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그 존재는 수연, 완다, 난주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마는데…

파친코
이민진 장편소설

이민진 지음 |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의 장편소설로,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품이다. 저자가 자이니치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자이니치들의 분노와 슬픔을 담아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2021년 8월호

Editor 김정은 Photo 김규남(불편한 편의점, 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완전한 행복) Cooperation 나무옆의자, 문학사상, 안전가옥, 열린책들, 은행나무

{NAILHOLIC} 내 모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사용으로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