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구름처럼 포근한 글귀 한 줄.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유계영 외 19명 지음 | 아침달

이 책은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해 쓴 시집으로, 반려견과 함께 사는 스무 명의 시인이 쓴 40편의 시와 20편의 짧은 산문이 담겼고, 시인과 반려견이 같이 찍은 사진도 함께 실려 뭉클함을 더했다. 개와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반려견 인구 천만을 넘어선 오늘날 인간에게 이런 질문은 필연적이다. 이 질문에 시인들이 시와 산문으로 답했다. 심보선 시인은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죽음과 이별을 배웠”고 “내 영혼의 일부는 분명 강아지들이 키웠”노라 적었다. 이쯤이면 개를,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를 넘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종異種의 혈육’이자 어린 인간에게 사랑과 이별을 최초로 가르쳐준 첫 스승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일제강점기에서 한국 전쟁,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문학에의 열정과 함께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을 써낸 명실상부한 ‘한국 문학의 어머니’, 소설가 박완서. 그가 2011년 타계하기까지 발표한 작품들 중 마지막 장편 소설이 된 2004년 작 <그 남자네 집>은 일흔을 훌쩍 넘기고 생의 끝자락에 선 작가가 수십 년간 가슴에 소중히 품어온 첫사랑의 기억을 풀어놓은 특별한 작품으로, 세밀한 묘사와 기지 넘치는 문장의 애틋한 연애 소설이다. ‘박완서 추모특집’에 실었던, 한국 문단과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추모 메시지와 함께, 작가의 딸인 호원숙 씨가 어머니를 추억하며 어머니의 10주기에 바치는 헌사로 쓴 에세이 <그 남자네 집을 찾아서>를 특별 수록했다. 



날마다 구름 한 점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 김성훈 옮김 | 김영사

이름도 고상한 ‘구름감상협회’의 전 세계 5만 3천여 회원이 보내온 사진과 명화에서 엄선한 365장의 하늘 이미지에, 구름의 생성 원리와 광학 현상에 대한 친절한 설명, 문학 작품에서 가려 뽑은 사색적인 문장과 함께 누리는 목적 없는 특별한 즐거움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365개의 구름은,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승한 우주비행사가 찍은 것이든, 네덜란드 황금기의 대가가 그린 것이든, 구름감상협회 회원이 뒤뜰에서 포착한 것이든 모두 당신에게 무언가를 상기시켜주기 위한 신호이다. 각각의 구름들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속세의 모든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줄 것이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넷플릭스의 화제작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는 다소 엉뚱한 상황에서 출발하며 현대사의 비극과 이 시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세계의 부조리를 관통하며 나아간다. 독창적인 인물 심시선 여사를 통해 모계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문화계 전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지음 | 마음산책

이 책은 뮤지션이자 작가, 제주의 동네 서점 ‘책방무사’의 대표인 요조의 산문집으로, 음악과 일상, 다방면의 예술가들, 인간관계, 달리기, 채식, 책방 운영에 이르기까지, 그의 내면을 만들어온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읊조리듯 노래하며 사람들의 두 귀를 쫑긋 세우게 했던 그의 다정하면서도 애정 가득 담긴, 시시콜콜한 삶의 기록을 따라가보자. 어느덧 한 여성 예술가의 삶의 자세가 몸에 스며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3월호

Editor 김정은 Photo 김규남(그 남자네 집,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Cooperation 김영사, 마음산책, 문학동네, 아침달,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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